폭력의 역사

생각만들기 2009/09/25 08:12 lacan
1. 폭력 : 낯설지만 끌리는...

톰 스톨은 음식점 문을 닫으려고 준비했다. 매장에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연인만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주변을 정리했다. 톰이잠시 진열장을 보며 남은 케익과 파이를 꺼내려고 할 때 남자 두 명이 급하게 들어왔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으며 커피를 외쳤다.그 때도 톰은 그들이 범죄자인지 몰랐다. 그들은 총을 들이밀고 다른 종업원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자리에서 심판을 받았다. 톰은 그들을 죽였다. 어떻게 평범한 음식점 주인이 살인경력이 빛나는 범죄자 두 명을 손쉽게 해치울 수있을까?

영 화<폭력의 역사>는 정확하게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음식점 주인과 범죄자가 먼저 등장한다. 두 사람은 두 세계를대표한다. 톰 스톨이 사는 세계는 아주 평안하고 평범하다. 이 곳에 범죄는 없다. 고작 있어봐야 물건을 훔치는 정도. 이 곳에사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그냥 도덕과 인정으로 풀어버린다. 그만큼 이 세계는 선하기도 하다. 이세계에도 폭력은 있지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큰 문제는 없다. 톰 스톨의 세계에서 보면, 폭력은 매우 낯설다. 폭력은 다른 세상일이다. 예를 들어 범죄자의 세계. 전쟁이 일어나는 세계. 그런 곳에서 폭력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폭력이 톰스톨의 세계에서 벌어진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적어도 톰 스톨에게 그렇다. 그런 끔찍한 일은 이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이 세계에서 폭력은 낯설기에 폭력이 유혹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외계인이 침공한다는 그런 환상과 비슷하다. 외계인은 낯설고 두려운존재이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낯선 것에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2. 폭력 : 구별할 수 없는...

폭 력의 첫 그림. 낯설지만 끌린다. 그런데 영화는 폭력의 둘째 그림을 준비한다. 이미 물었듯이 톰 스톨이 어떻게 범죄자를 살해할수 있었을까? 그렇게 정확하고 빠르게. 물론 톰은 정당방위를 했으므로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생명을구했으므로 마을과 언론은 톰을 칭찬한다. 여기서도 폭력은 여전히 낯선 사고이다. 톰의 세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만 시간이조금만 흐르면 곧 잊혀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범한 일상을 덮친 범죄자가 아니라 톰이었다. 톰은 분명 보통 사람이 맞다.하지만 오래 전에 톰은 무시무시한 범죄자였다. 톰은 톰의 가게를 덮친 범죄자보다 훨씬 잔인하고 포악했다. 톰은 과거를 숨긴 채오래동안 평범하게 살았다. 그래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폭력의 양상도 달라진다. 톰의 가족에게 톰이 잔인한 범죄자였다는 사실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 톰은 잔인한범죄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톰은 이미 과거를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았다. 가족에게 늘 다정하고 따뜻한 아버지였다. 그렇다면 무엇이문제인가? 의심이다. 톰의 가족에게 톰의 가족보다 의심이 훨씬 큰 문제이다. 하여간 톰이 가족에게 과거를 숨긴 셈이다. 더구나톰은 음식점 사건 이후 벌어진 사건이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계속 거짓말했다. 도대체 톰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편집증자처럼의심한다면, 톰은 어쩌면 거짓말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른다. 가족은 수십년동안 톰의 노리개가 되었단 말인가? 톰이 마음을 바꾸고선량하게 산다 해도 그것은 얼마나 지속될까?

이 런 의심이 가족의 마음을 후벼판다. 여기서 폭력의 핵심은 구별할 수 없음이다. 폭력의 둘째 그림이다. 둘째 그림에서 폭력의화려한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피를 철철 흘린다. 완전히 미쳐버린 정신병자이다. 잔인한 살인도구가 사용되었다... 톰은 이미그런 폭력을 오래 전에 버렸다. 하지만 톰에 들러붙은 과거는 톰의 가족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도무지 어디까지 폭력이며,어디부터 폭력이 아닌가? 톰의 가족은 확신하지 못한다. 톰이 과거에 무시무시한 범죄자였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것도 믿어야 할까?앞으로 어떻게 되겠나? 톰이 갑자기 화가 나 가족을 두들겨 팰지 누가 알겠나?

의 심은 가능성과 손잡는다. 가능성은 터무니 없이 부풀어 현실을 짓누른다. 놀랍다. 톰은 아직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단지 톰의 거짓이 드러났다. 그러나 바로 그 때부터 의심은 미래를 모두 사악한 가능성으로 채워버린다. 우리는 의심하면서 폭력을구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폭력이 될 수 있으며, 폭력은 그냥 그쳐버릴 수 있다. 황당하게도 이렇게 가능성이 두 개 있어도우리에게 나쁜 가능성만 눈에 보인다. 톰이 비록 거짓말을 했지만, 지금까지 선량하게 살았으므로 앞으로 선량하게 살 것이다.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 가능성에 삶을 걸지 못한다. 반면 구분불가능이 계속 증폭된다. 선량함이 가면일지 누가알까!!


3. 초대, 환대, 용서

폭 력이 이렇게 끈질기다면, 우리는 어떻게 폭력에서 빠져나올까?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까? 어떻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을 없애버릴 수있을까?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마지막 장면에서 출구를 넌지시 보여준다. 가족이 식사하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톰이집으로 들어온다. 아무도 톰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누구도 톰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 그 때 막내딸이 접시를 가져와 톰의자리에 놓는다. 여기 앉아서 식사하라는 신호이다. 막내딸은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행동한다. 톰은 조용히자리에 앉는다. 장남 아들이 막내딸과 엄마를 번갈아 보더니 톰에게 음식을 건넨다. 그리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톰을 바라본다.

도대체 이렇게 간단한 행위로 폭력이 그친다는 말인가? 차라리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 정말 톰은 근본원인을없애버린다. 톰은 자기를 괴롭히는 범죄집단의 두목을 찾아간다. 톰은 그를 죽일 마음은 없었다. 사실 그는 톰의 형이다. 톰도범죄집단에서 한 자리한 인물이었다. 단지 톰은 범죄집단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선택했을 뿐. 하지만 톰의 형은 톰의 선의를무시한다. 톰의 형이 톰을 부른 이유는 한 개밖에 없다. 살인. 톰이 과거에 저지른 짓 때문에 톰의 형은 많은 고통을 겪었다.그래서 그는 되갚고자 한다. 앞으로 계속 되갚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살인. 톰은 간신히 형의 음모에서 벗어나 형을죽인다. 한 마디로 폭력의 근원을 없애버린 것이다. 톰을 끝까지 좇아 다닐 인물은 톰의 형이다. 이제 톰의 형이 죽었으니 폭력도사라진다?

폭 력을 그치게 하는 폭력, 근원을 없애는 마지막 폭력. 그런 폭력은 없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그런 폭력이 있다고 상상하면,폭력의 근원은 계속 등장한다. 죽음조차 폭력을 그치게 하지 않는다. 죽음은 진정한 되갚음이 아니다. 초대, 환대에 폭력에서나오는 출구가 있다. 앞서 말한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출구를 마련한다. 물론 식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식사초대도 여전히깨지지 쉽다. 하지만 식사초대는 마지막 폭력이나 죽음보다 훨씬 더 강하다. 진짜 용서의 길이 여기 있다. 일단 식사초대가 -혹은 기독교 예식으로 번역하자면, 성만찬이 되겠다. - 왜 중요한지 알려면,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1) 마음과 행위를 매개하는 예식

2) 되갚음을 대신하는 나눔.

식 사초대가 미심쩍은 분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용서하기로 결심해야지 식사를 한다고 어떻게 용서가 되나? 맞다. 피해자가 용서하기로결심할 때 가해자를 식사에 초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식사초대의 진정한 묘미는 용서없는 식사가 가능하다는것.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톰의 가족은 아직 톰을 온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행위가 톰을 식사의자리로 이끈다. 톰이 사용할 그릇을 식탁 위에 놓기. 심지어 누구도 톰을 용서하지 않았더라도 이 행위는 톰의 마음을 움직일 수있다. 이렇게 식사초대는 마음(용서하는 마음)과 행위(용서하는 행위)를 연결한다. 식사초대는 온전한 마음도 온전한 행위도아니지만, 그렇게 한다.

식 사초대는 되갚음을 대신한다. 피해자는 되갚고자 하고, 가해자는 갚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알듯이 어떤 행위나 보상도 양쪽을만족시키기 어렵다. 복수를 한다고 상처가 아무나? 사죄를 한다고 폭력이 그치나? 심지어 죽음마저 모두 갚지 못한다. 모두되갚지도 못한다. 누구를 죽인다고, 내가 죽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놀랍게도 식사초대는 되갚는 행위(혹은 갚는행위)를 대신한다. 음식을 나누면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주고,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받는다. 이렇게 주고 받으며 맺힌 한은풀어진다. 톰의 이야기는 정확히 여기서 끝난다. 식탁에 앉아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폭력이 그치는 길을보여준다. 식사초대다. 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영화는 입을 다문다. 이것은 식사초대의 한계를 가리킨다.식사초대조차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식사초대는 마지막 폭력과 죽음보다 더 강력한 용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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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폭력이 멈추는 지점? / 윤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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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이 멈추는 지점? &nbsp; &nbsp; 윤태돌이 &nbsp; &nbsp; &nbsp; 이 글은 sungmin님의 다음 글에 대한 비판입니다. &nbsp; &nbsp; 폭력의 역사 http://constellation.ohpy.com/155510/22 &nbsp; &nbsp; &nbsp; [폭력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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